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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31, 2020

이 시국에 '장난감 체험공간' 홍보하는 신세계백화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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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1주일, 수도권 2000만에 달렸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

8월30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매장 테이블을 치우고, 먹자 골목은 밤 9시면 셔터를 내리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에 영업마저 제대로 할 수 없어, 당장 밥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코로나를 끝내야 한다’는 절박감에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동참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6일까지 일주일을 ‘1000만 시민 멈춤 주간’으로 지정했고, 많은 이들은 일상을 포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백화점이 이런 ‘생활 방역’ 조치와 배치되는 ‘장난감 체험·판촉 행사’을 열고, 이를 홍보까지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지속돼야 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장난감 마케팅’을 한 것은 ‘코로나 불감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국에 어린이 체험공간 만들고 홍보하는 신세계

31일 오전 10시40분쯤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7층 유아용품 매장. 마스크를 쓴 백화점 직원들이 분주하게 풍선으로 만든 조형물과 장난감을 옮기고 있었다.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7층 이벤트홀에서 백화점 직원이 어린이 모델들의 마스크를 벗게한 뒤 홍보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경진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서울시 1000만 시민 멈춤 주간’인 다음달 6일까지 서울 본점 7층 이벤트홀과 행사장에서 ‘플레이 앳 홈(Play at home)’ 기획전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즐거운 집콕 생활’을 알려주기 위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완구와 키덜트(kid+adult) 장난감을 20~30% 할인 판매하는 행사다. 7층 행사장에는 스웨덴 원목 장난감 ‘브리오 기차놀이’를 직접 만지고 놀 수 있는 체험존과 일반 ‘플레이모빌’보다 20배 정도 큰 1.5m 크기 대형 피규어도 눈에 띄었다.

31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어린이 기차놀이 체험 공간. /한경진 기자

행사장 벽면과 테이블에서 색칠 놀이를 할 수 있는 ‘컬러링 드로잉 북 꾸미기’ 체험 공간도 설치됐다. 이 곳에선 선생님이 직접 그림 그리기를 알려준다.

31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어린이 미니 자동차 체험 공간. /한경진 기자

미니 클래식카와 수입 전동차를 운전해볼 수 있는 미니 트랙도 있어, 아이들이 10분간 미니카를 타고 트랙을 돌아볼 수도 있다. 아이와 어른이 모두 좋아하는 독일 ‘하리보’ 젤리 코너, ‘풍선 아트’ 현장 판매 코너도 있었다. 행사장에서는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로 풍선 꾸미기 체험 수업도 연다.

아이들이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을 만지거나 입에 넣을 경우, 손과 입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이 커 보였다. 31일 오전 행사장 안에서 쓸 수 있는 손 세정제는 계산대와 색칠놀이 테이블 앞 두 곳 뿐이었다.

◇외국 관광객 곁에서 어린이 모델 마스크 벗고 홍보 촬영

이날 오전 행사장에선 마침 신세계백화점 직원이 어린이 모델 두 명, 성인 모델 한 명과 행사 홍보용 사진을 30분 가까이 촬영했다. 백화점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어린이 모델들은 직원 요구에 따라 마스크를 벗고 연출 사진을 찍었다.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7층 이벤트홀에서 백화점 직원이 어린이 모델들의 마스크를 벗게한 뒤 홍보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경진 기자

오전 11시쯤 어린이 모델들이 풍선아트 체험 공간에서 연출 사진을 찍을 때 2~3m 떨어진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한층 위 신세계면세점 개장 시간에 맞춰 입장을 기다리는 중국인 등 외국인 쇼핑객 수십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다중이용시설인 유통업체는 코로나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코로나 때문에 수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 8월30일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협력회사 직원의 확진으로 조기 폐점했다. 이런 일을 겪었는데도 또 코로나 전파 가능성이 있는 행사를 연 것이다.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7층 이벤트홀에서 백화점 직원이 어린이 모델들의 마스크를 벗게한 뒤 홍보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경진 기자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날 오후 “이번 행사는 28일부터 시작했고, 미디어를 통한 홍보는 30일부터 했다”며 “행사를 준비한 참여 협력업체가 있기 때문에 백화점이 갑자기 행사를 중단하면 그 자체로 ‘갑질’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극장 관객 2명”이라며 걱정했던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백화점의 이날 행사는 정용진 부회장의 평소 말과도 어긋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계정에 현장 사진을 여러차례 올리며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를 우려했다. 지난 8월19일에는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에 극장 관람 사진과 함께 ‘백만년 만에 영화관 갔는데 관객이 두 명(나포함)’이라며 ‘편하게 보고 나오긴 했지만 걱정’이라고 남겼다. 이 와중에 정작 계열 백화점 현장에서는 소비자 불안을 야기하는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본지 취재가 시작된 후 오후 2시50분쯤 “잠시 후 체험형 공간은 모두 치우겠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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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1, 2020 at 02:1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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