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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ne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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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대만으로 출장 갔을 때 일이에요. 지하보도를 걷는데 아이들이 야구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가만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가는데 꽤 잘 팔렸어요. 우리나라에 장난감이 흔하지 않았을 때였는데 괜찮겠다 싶었죠."

1970년대 초반 호텔용 주방기기 등을 가공하는 도금업체를 운영하던 소재규 한립토이스 회장(74)은 대만에서 우연히 접한 장난감이 자신을 한평생 완구업계로 이끌 줄 미처 알지 못했다. 스프링 장치에서 공이 튀어 오르면 야구 배트로 공을 치는 장난감이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았다. 이듬해 국내 상황에 맞게 개발해 야구 장난감 `홈런왕`을 내놨는데 이게 큰 인기를 끌면서 46년째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 완구업계 산증인이자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소 회장을 최근 서울 관악구 본사에서 만났다.

"장난감이 흔하지 않았고 인건비가 저렴했어요. 고교 야구가 인기가 많았고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홈런왕을 만들었죠. 처음엔 잘 안 팔렸어요. 그러다가 운 좋게 동양텔레비전에 싼값에 광고를 했고, 그 덕분에 1977년 초까지 약 3년간 홈런왕 100만개를 팔았어요. 출근하면 장난감을 도매로 사려는 사람 20~30명이 매일같이 줄을 서 있었죠."

자신감을 얻은 소 회장은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일본에 가서 다양한 장난감을 둘러보고 샘플을 사왔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해 팔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대만 장난감을 벤치마킹해 1979년 개발한 `훼미리 낚시게임`이 다시 그를 살렸다.

소 회장은 "흥미 위주의 장난감도 아이들 정서에 좋지만, 유치원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교육 완구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198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한눈팔지 않고 잘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유치원 원장이나 유치원 교재·교구를 파는 사람들만큼은 (나를)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국내 최초 완구박물관인 `한립토이뮤지엄`을 세운 것도 아이들 때문이다. "30년 전 독일 완구박람회에 장난감을 출품하러 가서 보니 완구박물관에 200년 된 장난감이 전시돼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완구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특색 있는 장난감을 사서 모았죠. 박물관에 어린이 놀이시설, 직업 체험시설 등을 채워 2007년 문을 열었어요.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린이들에게 뭔가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만들었어요."

유치원 현장학습과 주말 나들이 등으로 북적이던 박물관은 최근 문을 닫았다.

"어린이 카시트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유치원 단체 방문이 줄다 보니 운영이 어려워 고심 끝에 지난해 말 휴업을 결정했다"며 "코로나19로 6개월 휴업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창일 때 연 45억원 올리던 매출도 최근 반 토막 났다.

그럼에도 여력이 될 때까지 장난감을 계속 만들 생각이다. "장난감은 어린이들의 기초적인 두뇌 발달에 최고의 도구예요. 좋은 장난감을 만들어 아이들의 지적 발달, 발육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통 있는 회사로 만들 겁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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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2, 2020 at 03:2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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